축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 멘탈리티를 갖추고 있는가

2018. 6. 27. 13:19스포츠/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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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가기 전에 포스팅을 해야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기적'에 묻히지 않을 것 같아 부랴부랴 작성해 봅니다. 네,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하고 있는 대한축구협회 축구대표팀 얘기입니다.


6/27(수) 23시, 

한국이 독일에 이기고 동시에 멕시코도 스웨덴에 이기면서 x 국이나 멕시코 중 누구라도 2골차 이상으로 이긴다면, 

혹시 2골차 승리에 실패해도 한국이 스웨덴보다 2골만 더 득점한다면 (ex. 한국 2-1 독일 & 멕시코 1-0 스웨덴) 16강에 진출합니다.


지난 대회 우승팀이자 현재 세계랭킹 1위 독일을 상대로 1% 미만의 확률을 통과해야 하지만, 혹시 기적이 일어날지도 모르니 응원은 해봅니다.



하지만 이 포스팅의 목적은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하는 데 있습니다.


2차전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영원한 캡틴' 박지성 해설은 아래와 같이 축구계를 향해 따끔한 일침을 놓았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우리 선수들이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다만 오늘의 결과가 대한민국 축구의 현실이다. 이제 한국 축구는 '보여주기식'에서 벗어나 인프라와 노력을 점검해보고, 시스템부터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4년 후에도 이러한 패배는 거듭될 것이다"


아무래도 축구계 일원이자 행정가를 목표로 삼은 입장이라 굉장히 조심스럽게 표현해서, 철밥통 축구인들이 얼마나 따끔하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습니다.


 신뢰를 잃은 축구계

누구에게 묻더라도 히딩크 감독이 한국 축구 역사에 분수령이 된 것은 확실합니다. 

당시 인맥과 파벌로 똘똘 뭉친 국내 축구인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히딩크를 낙마시키기 위해 언론플레이를 했죠. 축구협회 50년 예산을 혼자 탕진했다느니, 같은 기회를 국내 지도자에게 부여했어도 이상의 성과가 나왔을거라면서 말이죠.


하지만, 축구인들이 반대한 선수들을 학벌과 관계없이 모조리 발탁해서 테스트했으며, 4-4-2나 3-5-2 등 전술 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게 선수들에게 멀티 포지션 능력을 요구했습니다. 또한 '축구인들의 상식'과 반대로 '기술은 세계 수준이며 오히려 체력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며 체력 전담 트레이너를 채용해 강력한 '파워 프로그램'을 도입했습니다.


한편, 축구인들이 추대한 국내 지도자들은 (독이 든 잔을 받았다는 것만으로 어느 정도 인정할 부분은 있지만) 조광래-최강희-홍명보-신태용으로 이어지며 한국 축구 최악의 침체기를 이어 가고 있습니다.

월드컵 영웅이자 올림픽 메달 감독인 홍명보는 '땅(부동산)'과 '(조폭에게서나 보던)의리'를 유행시켰으며, 2002년 당시 K리그 MVP였지만 히딩크에게 외면당해 월드컵에 진출 못한 신태용은 '트릭' 전술로 한 배를 탄 동료까지도 속이고 있는 상황이죠.

또한, 축구협회는 브라질 월드컵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멘탈 코치를 영입하겠다고 했으나, 흐지부지 되며 현 대표팀 멘탈은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진 상태입니다. 온 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쳤습니다!!


축구인들은 월드컵 인프라와 투자로 세계 수준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고 했으나 현실은 알다시피 시궁창입니다. 월드컵 경기장은 활용도가 낮고, 학교마다 설치된 잔디 구장과 유소년 클럽을 통해 배출된 스타는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1998년 K리그 스타였던 이동국이 2018년에도 K리그 한국 선수 최다 득점자인 현실이죠. (이동국 선수가 역대급으로 관리를 잘한 부분은 감안하고;;) 


축구인들과 (일부 선민의식에 젖은)축구팬들은 4년 마다 나타나는 월드컵 팬들을 폄훼하기 바쁘지만, 그들이야 말로 외연을 확장해야 할 영업대상이며 K리그가 상품성이 있다면 가장 큰 고객이 될 자산입니다. 견고한 카르텔을 만들어 축구를 독점하고 있는 축구인들과 축구팬들이야말로 그들의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할 것입니다.


 멘탈리티가 문제다

기술이 어느 수준에 도달하게 되면 그 이상의 레벨에선 정신력이 좌우하는 공간이 커집니다. 소위 '멘탈이 나갔다'거나 '정신줄을 붙들어매라'고 표현하는 그런 부분 말이죠.


그런데 이 '멘탈리티(mentality)'를 단순히 정신력이라고 표현하면 수 많은 오해를 낳게 됩니다. '정신력=투혼'을 강조한 나머지, 비난받게 될 것을 회피하고자 무책임하게 몸부터 내던지는 태클을 불러 오죠.


그래서 네이버를 찾아보았습니다. 멘탈리티(mentality)란?



첫 번째 뜻 '개인이나 집단의 사고방식'에 주목해야 합니다. 단순히 '정신력'이라고 표현한다면 너무 추상적이고 두루뭉술합니다. 측정하기도 어렵고, 훈련 등을 통해 수준을 높이기도 애매한 대상이 되어버립니다.


하지만, '사고방식'으로 이해한다면 수 많은 상황에 대입시켜 볼 수 있고 비로소 한국 축구의 나아갈 길이 보이게 됩니다.

이 멘탈리티는 '축구 지능'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는 손자의 명언에서도 나타나는 '적을 알고 나를 아는 것'이기도 합니다. 팀의 목표, 조별리그 3차전까지의 과정, 경기 흐름을 읽는 눈, 경기장 곳곳을 볼 수 있는 시야, 마지막 순간에서의 판단과 선택, 이 모두는 개인 차원을 넘어 집단(팀)내에 공유되어야 할 가치인 것이죠.


다시 히딩크로 돌아가면, 한국 축구인들이 국내에서 가장 축구를 잘하는(기술을 잘 구사하는) 선수들을 추천했을 때 그는 축구 기술보다 축구 지능에 주목해 박지성 선수를 발탁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FIFA 룰에 의해 불가능해진 200일 가량의 대표팀 합숙 훈련을 통해 히딩크가 이식한 것은 바로 이 멘털리티입니다. 


축구 지능을 바탕으로 반복한 훈련과 실전 경험, 이로 인해 붙은 자신감이 4강 진출의 비결입니다.


히딩크는 무턱대고 체력훈련만 한 것이 아니라, 훈련의 의미를 이해시켰습니다. 90분 동안 유지할 수 있는 체력을 바탕으로 상대에 따라 템포를 빠르게도 늦추기도 하면서 경기를 주도하게 합니다.

상대를 압박해 패스를 차단하고 빠르게 역습에 나가는 것, 거꾸로 상대의 압박에서 벗어나는 것. 이 모든 것은 축구 지능으로 배워야할 상황 대처 능력입니다. 상황에 대한 이해가 생기면 개인기를 통해 돌파구가 열리는 것이죠. (축구 대표라면 개인기는 국내 최고 수준이라 봅니다. 월드 클래스에는 못 미치지만. 하루 아침에 바꿀 수 없는 부분이라..)



이제 결론으로 향하면, 다시 답은 현장에 있습니다.

한국 축구의 가장 기초적인 현장, 즉 학교 레벨에서 축구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주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눈앞에 성적이 중요해 당장 성적을 내도록 가르쳤다면, 이제 이를 뜯어 고쳐야 합니다. 


축구 뿐 아니라 어떤 종목이라도, 그 종목 자체를 이해하고,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고 훈련해야 좋은 경기를 펼쳐보일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지도자를 배출하고 훈련하는 방식, 지도자를 평가하는 방식이 모두 변해야 합니다.


박지성 해설위원의 멘트에서 슬쩍슬쩍 비슷한 고민이 느껴져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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