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의 역습 | 문명과 건강의 파괴자?

2018. 9. 29. 14:22생활의 지혜/생활의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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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포스팅은 강원도 여행중 가장 인상 깊었던 미식 경험을 안겨준 찰옥수수로 인해 기획되었습니다!


여름철 인기 간식인 옥수수는 벼와 밀(3대 곡물)을 압도하는 단위 면적당 생산량과 높은 지방 함량(=칼로리), 토질이나 수질을 가리지 않고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특성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생산되는 중요한 곡물입니다.

* 2014년 기준 옥수수 10.4억톤, 벼와 밀은 7억톤


또한, 옥수수는 과당, 비료, 축산물 사료, 의약품, 술, 바이오 디젤 원료 등 우리 생활 곳곳에서 소중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옥수수는 아메리카 대륙이 원산지로 잉글랜드와 스페인이 유럽으로 전파해 이후 세계로 퍼지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조선 중후기(16세기경) 명나라에서 전래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옥수수의 탄소대사 | C4 식물

기본적으로 식물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해서 햇빛으로 광합성을 합니다. 이때 흡수한 탄소를 사용하는 방식에 따라 식물을 C3, C4, CAM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문과생에겐 좀 어려워 보이지만, 탄소를 사용하는 방식이 복잡할수록 뭔가 만들어내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옥수수는 C4, 벼와 밀은 C3)


C3 식물은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았던 고생대와 중생대 사이에 출현했고, C4 식물은 이산화탄소 농도가 감소해 식물에게 척박한 환경이었던 중생대 백악기에 출현했습니다. C4 식물은 보다 적은 이산화탄소만으로도 광합성을 할 수 있도록 진화한 것이죠.


따라서, C4 식물인 옥수수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랄 수 있고, 햇빛만 충분하다면 C3 식물인 벼와 밀의 생산량을 훌쩍 뛰어넘는 극강의 효율을 보이게 됩니다.


 옥수수의 조상 | 테오신테

<출처 : 몬산토 | 바이엘이 인수한 세계 최대 유전자변형작물(GMO) 관련 기업>


인류가 원하는 작물이나 가축이 한 장소에 밀집되어 있는 농사는 자연의 현상은 아닙니다. 생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치열하게 투쟁한 인류의 기술과 통제의 집약체죠.


길게는 1만년 전부터 농사와 축산을 시작한 인류는 자연 선택에 맡겨두는 대신 인위적으로 종자를 선택해 보다 목적에 맞는(생산량, 맛 등) 탁월한 품종으로 개량해 왔습니다. 이렇게 인류가 개입해 개선한 것을 '분리육종'이라고 합니다. 자연의 유전자 변이중 가장 유리한 결과만 계속해서 선택해 완전히 달라진 품종을 얻게 된 것이죠.


옥수수 역시 마찬가지로, 그 조상은 테오신테로 알려져 있습니다.

테오신테는 두터운 껍질 속에 고작 몇 개의 열매가 맺혔다가 익으면 사방에 튀어나가 번식하던 식물입니다. 이를 중앙 아메리카 선조들이 오랜기간 무한 교배해 얇은 껍질 속에 수백개의 열매가 맺히고 익어도 튀어나가지 않는 새로운 품종으로 개량한 것이죠.

* 개량 과정 뿐 아니라 먹을 것도 없는데 대체 왜 키우기 시작했는지 미스터리

* 대신 인류의 손을 거치지 않으면 번식조차 하지 못하는 식물이 되었으니 미안하기도 합니다.


벼와 밀도 야상종과는 생산성은 물론 외형도 완전히 다른 식물입니다. 또한, 즐겨먹는 과일 역시 수렵 채취 시대의 것과는 완전히 다르게 변형된 것들입니다.


바나나는 원래 작고 씨가 많아 오히려 뿌리를 캐먹던 것으로 접목을 통해 개량한 일종의 발명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단일 품종으로 멸종 위기에 몰려 있습니다)


딸기 역시 교배를 통해 최적의 것으로 재탄생되었으며 재배한지도 250여년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하네요.


채소 중에서 야생 양배추 브라시아 올레라케아는 매우 쓰고 섬유질도 질겨 먹기 힘든 작물인데 개량을 거듭해서 콜라비, 케일, 브로콜리, 브뤼셀 스프라우드, 양배추, 콜리플라워를 만들어 냈다고 합니다. 즉, 완전히 다르게 생긴 이들 채소가 실제로는 같은 조상을 두고 있는 한 핏줄이며, 인류가 만들어낸 발명품이란 것이죠.


 문명 파괴자 옥수수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자라면서 압도적인 생산량을 자랑하는 옥수수의 치명적인 단점은 어마어마하게 지력을 소모한다는 것입니다. (이해가 되는 측면이죠)

따라서, 연작은 되도록 피하고 휴경기를 길게 가져야 합니다. 또 땅에 질소를 다시 공급하는 기능이 있는 콩 같은 작물들과 윤작(같은 땅에 번갈아가며 재배)하게 됩니다.


이렇게 휴경이나 화학비료 도움 없이 재배한 전근대에는 화전민이 옥수수를 키우다 지력은 물론, 산 자체를 황폐화시켜 엄청난 자연 재해를 불러왔다고 합니다.

아메리카 마야 문명이 개간에 열심이었던 것도, 또 그들의 멸망 원인을 토양의 쇠퇴와 자연 재해로 추정하는 것도 옥수수 때문입니다.

* 북한의 일명 '고난의 행군'도 옥수수 과밀 재배가 원인이라 추정합니다


대신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일명 세 자매 농법(Three sisters. 옥수수+콩+호박)으로 지력 고갈 문제를 피했습니다. 

옥수수와 함께 콩을 심으면 옥수수를 지지대로 삼아 콩이 자라고, 콩은 질소를 배출(토양에 질소를 고정시키는 뿌리혹 박테리아가 콩에 서식합니다)해 옥수수가 소모하는 지력을 보충하며, 바닥에 깔린 호박은 자연 그늘을 형성해 잡초가 자라는 것을 막는 것입니다.

* 미국 아나사지 유적(콜로라도 메사 베르데 절벽 궁전)과 같은 곳에서도 문명을 이루게 해주었죠.



 건강 파괴자 옥수수

옥수수에는 오메가-6 지방산이 매우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오메가-6 지방산은 지방의 분해 및 배출을 저하시키고 축적을 돕습니다. 즉 살찌기 쉽게 만듭니다.


직접 먹는 것 뿐 아니라 가축의 주사료로 사용되기에(압도적인 생산성, 가축도 쉽게 살찌게..) 오메가-6 지방산이 몸에 축적되어, 오메가-3 지방산과 균형이 무너져 각종 성인병의 원인이 된다고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책을 참조하세요.



1. 우리 유전자는 250만년전 구석기인과 비슷하다. 대신 음식의 72%는 구석기 시대에 존재하지 않은 것들이다. 구석기인들은 단백질과 지방을 더 많이 먹고 탄수화물은 적게 먹었다. 그들이 먹은 동물은 풀을 먹고 많이 달렸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오메가-3와 오메가-6 지방산 섭취 비율이 1:1이다


2. 세포의 대사를 조절하는 오메가-3와 오메가-6 지방산의 체내 비율은 1:1~1:4 정도가 적당하다.


3. 일반적 풀은 10:1로 오메가-3가 많지만 옥수수는 1:66으로 오메가-6가 많다. 옥수수를 먹인 소고기는 1:20~1:100에 이른다.


4. 옥수수만 먹은 소는 4개의 위가 제기능을 하지 못해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항생제를 계속 투여한다.


 건강을 해치는 액상과당

무엇보다 옥수수는 액상과당을 제조하는 데 사용됩니다. 액상과당은 설탕보다 GI가 높고 당수치가 빠르게 올라갑니다. 또한, 최근 통풍환자가 급격히 늘고 있는데 급성 발작의 주범으로 액상과당이 유력합니다.


인류 역사에 가장 중요한 발명품 중 하나인 옥수수를 건강하게 지속해서 즐기기 위해선 보다 세심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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