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9. 8. 13:29ㆍ생활의 지혜/생활의 팁
SBS에서 2부작으로 편성한 파일럿 프로그램 <나의 판타집>이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연예인들이 각자 꿈꿔 온 상상 속 집과 비슷한 집을 찾아보는 프로그램입니다.
MBC의 <구해줘 홈즈>가 제보자(시청자)가 실제 거주할 집을 구해주는 것과는 약간 컨셉이 다르죠.
<구해줘 홈즈>는 장기간 미분양 된 집들을 홍보해주는 새로운 형태의 간접광고(뒷광고)로 의심을 받기도 합니다.
이런 '집방' 인기는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단순한 거주 공간의 의미를 넘어서는 <집>에 대한 재해석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분석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아파트 일변도인 우리 주거 양식에 새로운 건축 문화가 꽃 피우는 모습을 기대해 보면서, 혼동되는 개념인 발코니와 베란다에 대해 정리해 보았습니다.
▶ 발코니
우리나라 건축법에서 용어를 정의하고 있는 것은 발코니 뿐입니다. 베란다, 테라스 등은 건축법에서 사용하는 공식 용어가 아닙니다.
법에서 발코니는 '건축물의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완충공간으로 전망이나 휴식 등의 목적으로 건축물 외벽에 접하여 부가적으로 설치되는 공간'을 뜻합니다. 필요에 따라 거실, 침실, 창고 등의 용도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아파트 등을 확장하는 경우 '발코니 확장'이 바른 표현이겠죠.
본래 발코니는 집 밖으로 튀어나온 실외 공간의 의미가 강하기 때문에, '신발을 신고 돌아다니는 공간'에 가깝습니다.
애초 우리나라 아파트에도 보일러, 세탁기, 장독대 등을 수납하는 용도로 활용되었고 바닥에는 타일을 깔았죠.
하지만, 건축법의 허점(발코니 등의 면적은 폭 1.5m까지 바닥 면적에 들어가지 않음)을 최대한 활용한 건설사와 입주민이 합의해 발코니 공간을 거실, 침실 등으로 확장하는 것이 대세를 이룹니다.
24평 아파트의 경우, 서비스 면적으로 불리는 발코니(전실)를 확장해도 24평, 하지 않아도 24평이기 때문에 모두가 전용 면적에 포함되지 않으면서도 현행법이 허용하는 가장 넓은 발코니를 갖고자 하게 된 것입니다.
최근에는 3면 발코니 구조까지 등장해 공간 활용이 절정에 달했다는 평도 나오고 있습니다. 3면이 외부와 맞닿아 있기에 채광, 환기, 통풍에 유리한 구조입니다.
하지만, 서울에서는 3면 발코니 아파트가 손에 꼽을 정도로 희소합니다. 서울시가 2015년 '3면 발코니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한편, 1.5m 규정이 적용된 2006년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들은 발코니 폭이 2m 이상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광폭 발코니를 품고 있는 아파트들은 이후 신축한 아파트에 비해 3~4평 정도 더 크게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과천 3단지 래미안 슈르의 33평 평면도로 발코니 폭이 1.84m에 이릅니다. 확장하면 침실이 1.5배 이상 넓어지겠네요.
외국은 폭 넓은 발코니를 다양하게 꾸며 활용하고 있습니다.
▶ 베란다
아래층과 윗층의 면적차이로 생긴 바닥 부분을 베란다라 부릅니다. 전통 주택의 툇마루 역할을 하는 공간이라 보면 됩니다. 발코니는 건축물 외벽에 부가해서 설치하는 별도 공간, 베란다는 건축물 아래층의 지붕 격인 공간을 윗층에서 활용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대신, 이 공간은 윗층의 건축물 바닥면적에서 제외된 공간이므로, 벽이나 지붕을 설치해 거실이나 주거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은 불법으로 건축 면적을 넓힌 것이 됩니다.
다세대나 빌라의 경우 일조권 등의 이유로 여유 바닥 면적이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개조할 경우 이행강제금 징구 대상이 되니 각별히 유의해야 합니다.
▶ 테라스
1층 정원의 일부를 높게 쌓아 올린 대지를 뜻합니다. 거실이나 식당 등에서 직접 나갈 수 있고 실내의 생활을 옥외로 연장해 의자 등을 놓을 수 있는 장소입니다. 바닥에서 1m 이하 높이에 있다면 건폐율-용적률에서 모두 제외됩니다.
▶ 포치
건물의 현관 또는 출입구의 바깥쪽에 튀어나와 지붕으로 덮인 부분입니다. 입구에 가깝게 차량을 주, 정차해서 승강하거나 화물을 손쉽게 상하차 시킬 수 있습니다.
각종 용어와 제도가 담지 못하는 틈새에 기회가 있음을 조선일보 기사가 알려주고 있네요. (원문 링크)
서비스 면적으로 불리는 다양한 내외부 공간과 차양 등을 이용해 확보할 수 있는 공간이 이처럼 다양합니다.
오피스텔의 경우 발코니와 베란다 같은 옥외 공간 설치가 불법이지만, 입면 디자인을 활용한다면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독특한 공간이 탄생합니다.
위 이미지에 여자분이 서 있는 공간은 외벽에 돌출되지 않아 발코니가 아니며, 베란다라 볼 수 있겠으나 지붕이 윗층에 있어 불법이 아니게 됩니다. 용적률에 포함되지 않는 서비스 공간이 창출된 것이죠.
분당에 위치한 타운하우스 '빌라드 와이'(2010년 완공, 2012년 대한민국 건축문화대상 대통령상 수상)를 통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전체 6개동, 총 36가구로 이루어져 있으며 내부 평면과 층수가 집마다 모두 다릅니다.
하지만 공통점이 있으니 지하 1층부터 지상 3~4층까지 공간이 계단처럼 사선으로 올라간다는 점입니다.
이 경우 아래층 일부를 윗층의 테라스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즉, 2~3층은 테라스와 발코니를 모두 갖게 됩니다.
3층에는 용적률에 반영되지 않는 다락도 만들어서 실사용 면적을 크게 늘리게 되었습니다.
1층은 테라스 같은 외부 공간이 없는대신 2층 바닥을 이용해 지붕이 딸린 공간, 즉 포치 내지 필로티라 부르는 공간을 확보하게 됩니다.
이런 설계로 지상층 총 연면적(1041㎡)의 60%에 이르는 644㎡의 서비스 면적이 탄생했습니다.
또 하나, 지하층은 공간의 절반이 바닥으로 묻힐 경우 용적률에 포함하지 않습니다. 이 경우 경사지는 윗부분 높이를 바닥의 기준으로 삼습니다.
자연적인 경사지가 아니더라도, 한쪽 땅을 파서 단차를 만들고 지하층이 한쪽 대지 안으로 절반 가량이 묻히도록 설계한다면 지하공간을 서비스 면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치는 건축주, 건축사 분들이 많아지길 기대해 봅니다.
'생활의 지혜 > 생활의 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행 로봇의 현재와 미래 | 보스톤 다이나믹스 (0) | 2020.09.16 |
---|---|
슬기로운 소비 생활 | 2020 카드 리빌딩 (0) | 2020.09.14 |
한국에서 사형이 집행되지 않는 이유 | 사법 살인(2) (0) | 2020.07.21 |
한국에서 사형이 집행되지 않는 이유 | 사법 살인(1) (0) | 2020.07.20 |
플라스틱 소비량을 줄여보자 | 환경의 날, 6월 5일 (0) | 2020.06.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