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를 강요할 권리가 있는가 | 공익광고 논란

2018. 11. 29. 15:06연예 미디어 광고/미디어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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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미디어 종사자들은 오랜기간 국민위에 군림해 왔습니다. 아니 보다 정확하게는 권력을 갖고 있는 기득권 세력 모두가 그랬습니다.


미개한 국민들을 계몽해야 할 사명을 갖고 있는, 선택받은 족속이라는 '선민의식'에 쩔어있었죠.


이를 반영해 영화 <내부자들>에서는 조국일보 이강희 논설주간(백윤식)이 명대사를 남겼습니다.


어차피 대중들은 개, 돼지입니다. 그 뭐하러 개, 돼지들한테 신경을 쓰시고 그러십니까. 


적당히 짖어대다가 알아서 조용해질 겁니다.



그리고, 실제로 교육부 나형욱 전 정책기획관은 '민중은 개 돼지'라며 막말을 내뱉다 파면되었습니다. 

(훗날 소송을 거쳐 파면 사유가 적당하지 않았다며 복직했습니다;;)


이렇게 대중, 국민들을 개, 돼지로 여기다보니,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는 산하 공익광고협의회를 통해 미개한 국민을 계몽하기 위한 '공익광고'를 만들어 내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과연 국민들을 계몽시킬 자격이 있는 집단인지는 정말 모르겠네요. 그동안 논란을 일으켰던 공익광고 사례를 보면 그런 확신이 더욱 강해집니다.

* 공익광고협의회 외 정부 부처 포함한 사례


 2001년 논란 | 물 절약 편

먼저 우리나라는 물이 부족한 국가가 아닙니다. 무엇보다 수돗물을 식수로 사용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축복받은 나라입니다. 

* 지중해 지역은 석회가 포함되어 있어 포도주 등 술이 발달

* 중국은 수자원이 부족하고 수질도 나빠 차 문화가 발달


하지만, 공익광고협의회는 UN이 지정한 물 부족 국가라며 대대적으로 절약 광고를 내보냅니다.

* 당시 공무원들이 인구문제 해결에 관심을 둔 미국의 사설연구소인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가 발표한 지수(인구증가로 인한 물부족 경고의 의미)를 별 관계없는 UN과 연관지어 자의적으로 해석한 듯?




'물 부족 국가'라는 엉터리 신화는 확대 재생산되어 4대강 사기극을 뒷받침하는 용도로도 사용되었습니다. 


 2009년 논란 | 출산장려 편



복지부, 롯데백화점, 아이낳기좋은세상운동본부가 전개한 캠페인입니다.

아이를 낳아 잘 기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보다는 덮어놓고 낳으라는 메시지입니다. 부모들에게 죄의식을 덧씌우는 무책임한 광고라 할 수 있죠.

상대편 3남매는 왕따를 시킨 것인지, 떼로 싸워 이긴 것인지 모를 승자의 포즈를 취하고 있네요.


 2010년 논란 | 국민연금 편



2010년 국민연금공단이 대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광고 공모전에서 최우수작으로 선정되었습니다.

'품위있는 제2의 인생..' 운운하는 등 노인빈곤층을 비하하는 나쁜 광고입니다.


 2012년 논란 | 출산장려 편



<2012년 대한민국 공익광고제 | 학생부 은상 '위대한 모자'>


양육비처럼 너무도 '현실적인 문제'는 신경쓰지 말고 덮어놓고 출산하라는 것인지?

'훌륭한 아들'을 낳지 않았다면 신사임당은 역사에 남지 않았을 것인지?

신사임당은 남편 이원수가 처가살이 했던, 강릉에서 손꼽히는 부잣집 딸입니다!


양육비가 없으면 출산하지 않는(또는 미루는) 것이 부모나 아이를 위해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무조건 새끼를 낳아 수를 늘리기 원하는 것은 노예 주인이나 가축 주인이 가질 생각이죠. (아! 국민을 개, 돼지로 보면 맞네요)


 2014년 논란 | 출산장려 편



출산율이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에 다급해진 정부부처가 연달아 무리수를 둡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생산성본부가 교육부와 보건복지부의 후원을 받아 주최한 공모전에서 금상을 받은 포스터입니다.


외동아들을 시든 외떡잎에 비유해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타이틀 아래 문구는 더 가관입니다.


외동아에게는 형제가 없기 때문에 사회성이나 인간적 발달이 느리고


가정에서는 무엇이든지 마음대로 이루어 보았으므로 자기 중심적이 되기 쉽습니다


이건 뭐 외동아들에게 부정적이다 못해,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매도하고 있습니다.


 2017년 논란 | 서울시 홍보 광고

서울시가 뉴욕 전역에 홍보하려고 했던 포스터입니다. 


그런에 왜 하필 여성 모델은 한복 옷고름에 손을 대고 있을까요? 아래 영문 문구를 보시면 '서울에서의 잊을 수 없는 경험'이라 묘사해 이상야릇한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부끄러운 '기생관광'을 떠올리는 건 저 뿐만이 아니겠죠? (설마 이걸 의도했겠네요;;;)


 2018년 논란 | 공공장소에서의 예절 편

전체 영상을 확인해보겠습니다.



타인에 대한 배려를 촉구하는 공익광고입니다. 공공장소에서의 예절은 시민의식이 성숙해지면 뒤따르는 결과물입니다. 특히, 배려는 자발적으로 베푸는 호의입니다. 이를 받는 입장에서 강요할 내용은 절대 아닌 것이죠.


영상에서 다루는 3가지 에피소드 모두 문제의 소지가 있습니다.


#1. 버스안에서

남성은 하차하기 위해 이동하려 하지만 통로가 막혀 있습니다. 백팩을 앞으로 메고 있어 배려가 넘쳐보이도록 설정한 여학생은, 남자를 쏘아부치듯 째려볼 것이 아니라 앞으로 비켜주거나, 하차 위치가 아닌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2. 공원에서

반려견에게 목줄을 하지 않고 산책하는 것은 무신경한 것이 아니라 법률 위반 행위입니다. 2018년 3월 개정된 동물보호법에 따라 반려견과 외출할 때 목줄을 매지 않으면 최대 5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종전 10만원)


#3. 문 열기

앞선 남성이 여닫이 문을 밀고 나갑니다. 뒤따르던 여성은 한 손에는 커피, 다른손에는 휴대폰을 들고 열린 틈을 통해 문을 통과하려고 서두릅니다. 하지만 앞선 남성이 문을 잡아주지 않았기 때문에 문에 충돌합니다.

잘 관찰해보면, 애초 여성은 문을 본인의 몸으로 밀 의도가 전혀 없었습니다. 전형적인 무임승차 상황으로, 본인은 날로 먹으려다 실패하자 오히려 남성에게 짜증을 내고 있습니다.


오랜기간 방송사의 광고를 독점적으로 취급하며 부를 축적한 코바코와 철밥통 공무원들이 하루빨리 구태를 벗어 던지길 기대해 봅니다.


* 코바코의 지상파 광고 독점 판매대행은 2008년 위헌 판결을 받았습니다. 현재 코바코 외 각 방송사 등의 미디어렙이 직접-위탁 판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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