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옷 남기고 떠나다 |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

2018. 5. 17. 16:29생활의 지혜/생활의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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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대표하는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님이 2018년 5월 17일 별세했습니다. 이영희님은 전통 한복에 현대적 감성을 부여하고 현대적 생활에 맞춰 변형시켜 '한복의 세계화'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옷이 날개라는 말을 한국의 속담이 아니라 현실 세계 속에 만들어낸 마술사 이영희. 그녀로 인해 우리는 옷이 아니라 문화를 입는다"라며 찬사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이어령, <파리로 간 한복쟁이 이영희> 서문 중)


<프랑스 언론으로부터 '바람의 옷'이란 찬사를 받은 이영희의 한복 | 김중만 사진>



고인은 1936년 대구에서 태어나 전업주부로 살다가, 1976년 마흔이라는 나이로 한복 디자이너가 됩니다. 친척 언니의 비단 이불을 팔아주고 남은 천으로 한복을 해 입다가 주변의 성화에 본격적으로 의상실을 개업한 것이죠.


1983년 백악관 초청 미국독립기념 축하 패션쇼, 1984년 LA올림픽 개-폐막 기념 패션쇼, 1986년 한불수교 100주년 기념 패션쇼를 열어 한복을 전세계에 알리는데 큰 공을 세웠습니다.


한편 1994년 한국 디자이너로는 최초로 파리 프레타 포르테(고급 기성복) 쇼에서 맨발에 저고리가 없는 파격적인 디자인의 한복을 선보였습니다. 외국인들 눈에 비친 우아한 한복의 고운 선에 '바람의 옷'이란 별명이 붙었습니다.


2011년 8월 11일에는 광복절을 기념해 독도에서 한복 패션쇼를 열고자 했으나, 기상 악화로 울릉도 바닷가에서 대신하는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2011년 10월 28일 마침내 '바람의 옷, 독도를 품다'를 개최했으며, 2013년에도 독도에서 한번 더 패션쇼를 개최했습니다.


<2011년 울릉도 패션쇼>


<2011년 독도 패션쇼>


<2013년 독도 패션쇼>


한복에 처음으로 수를 놓은 것도, 원색을 벗어난 색을 사용한 것도 고인이었습니다.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한복 의상을 디자인할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벌인 고인은 82세로 아쉬운 생을 마감하게 되었습니다.


고인의 외손자 최준혁씨와 결혼한 분이 배우 전지현씨라는 것도 잘 알려져 있죠.


부디 우리 한복의 아름다움과 매력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고인의 뜻이 잘 이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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